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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개를 저었다. 몰랐는데. 내가 혼잣말을 하다니여자는 아연 덧글 0 | 조회 580 | 2021-06-01 10:45:24
최동민  
그는 고개를 저었다. 몰랐는데. 내가 혼잣말을 하다니여자는 아연실색하여 거기에 서 있었다. 당신 어떻게 그런 말을 그 때, 남자가 갑자기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고,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손톱으로 관자놀이를 짓뜯었다. 윽, 아파!라고 남자가 말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못 견디겠어. 아아, 괴로워그녀가 하려는 말은 그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해도 또래의 남자아이들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다른 자리에서 이런 말을 일반론으로 들었다면, 어쩌면 그 의견에 찬동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자신의 문제였다. 난 납득이 안 가, 라고 그는 말했다. 나는 너를 아주 사랑하고 있고, 너랑 하나가 되고 싶어. 이런 나의 바람은 아주 확실한 것이고, 내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야. 가령 거기에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해도, 솔직히 그건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그만큼 너를 좋아하고 있어. 사랑하고 있다고. 그녀는 또 고개를 저었다. 정말 어쩔 도리가 없구나, 라고나 말하려는 듯. 그리고는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사랑에 대해 우리가 뭘 알고 있을까, 라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 사랑은 아직 아무런 시련도 당하지 않았어. 우리는 아무런 책임도 지고 있지 않다고. 우린 아직 어린애야. 너나 나나.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서글펐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벽을 쳐부술 수 없는 것이 서글펐다. 방금 전까지, 그 벽은 그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그의 앞 길을 막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력하다고 느꼈다. 나는, 이제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라고 그는 느꼈다. 나는 아마도 이대로, 이 막강한 틀에 갇힌 채, 거기에서 밖으로 나가도 못하고, 허망하게 나이를 먹어가겠지, 하고.결국 두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런 관계를 계속하였다. 도서관에서 만날 약속을 하
그들은 노크도 하지 않았고, 벨도 누르지 않았다. 안녕이라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 다만 살며시 방으로 들어왔을 뿐이었다.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 명이 문을 열고, 나머지 두 사람이 텔레비전을 들고 들어왔다. 그렇게 큰 텔레비전은 아니었다. 소니 제품인 아주 평범한 컬러텔레비전이었다. 아마도 문은 잠겨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신할 수는 없다. 어쩌면 잠그는 걸 잊었을런지도 모른다. 나는 그때 문을 잠그는 일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으므로, 그 일에 관해서는 확신할 수가 없다. 아마도 잠갔으리란 생각은 하지만.그러니까 색 탓이라니까라고 TV 피플이 자상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색을 칠하면 틀림없는 비행기가 된단 말이야.텔레비전은 신품이다. 비록 상자에 들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신품이라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취급 설명서와 보증서가 들어 있는 비닐 봉지가, 텔레비전 앞에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져 있다. 코드는 막 잡은 물고기처럼 반짝반짝 빛났다.나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짐작이 안 간다, 고 나는 대답했다. 옛날, 아주 어렸을 적에 한 동화를 읽은 일이 있었어라고 그는 먼 쪽 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떤 줄거리였는지는 다 잊어버렸는데, 마지막 구절만큼은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지. 왜냐하면 그렇게 이상하게 끝나는 동화는 처음 읽어봤기 때문이야. 그 동화는 이런 식으로 끝이나. 모든 것이 끝난 다음, 임금님도 신하도 모두 배를 움켜쥐고 폭소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동화의 끝치고는 좀 이상하다 싶지 않나? 음, 그렇군 어떤 줄거리였는지 기억할 수 있으면 하고 생각하는데, 그게 도무지 기억이 안 나. 그 마지막 야릇한 한 구절밖에 기억하고 있지 않아. 모든 것이 끝난 다음, 임금님도 신하도 모두 배를 움켜쥐고 폭소를 하였습니다, 대체 어떤 줄거리였을까그래? 안짱다리야 여자가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약간은 그런 경향이 있는지도 모른다. 구두 바닥이 늘 한 쪽으로만 닳는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대놓고 들어야할 만큼 심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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